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7호 인터넷트렌드
구글이 하면 다르다?

최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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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또 사고를 쳤다. 구글 ‘adSense’라고 들어 보셨는지? 들어본 적 없다? 그럼, 구글’adWords’는 들어 보셨는지? 아마 들어 보지 못했지만 실례는 많이 봤을 것이다. 검색할 때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면, adWords란 구글 검색결과 화면 우측에 나타나는 텍스트 광고를 의미한다. 검색어에 해당하는 광고, 이것이 adWords이다. 구글은 이 방식의 광고를 통해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이 광고만으로 6억 달러 이상을 벌여 들였다고 한다.

구글 adSense의 유혹

구글을 사용하는 이들의 구글에 대한 신뢰감과 검색은 적절하게 노출되고 튀지 않는 텍스트 광고의 결합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동화에서는 욕심이 지나쳐 거위를 아예 죽여버렸지만, 구글은 아니었다. 구글은 adWords가 크게 성공하자 이 사업모델을 여기저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메일(http://gmail.com)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메일 내용을 검색해서 내용에 걸맞는 광고를 보여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 때문에, 초기에는 개인정보침해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 지메일에 대해서 아무도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 자신감을 얻었는지 구글은 배너제휴사업에도 adWords방식을 도입했다. 그것이 바로 adSense.

구글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홈페이지에 우리가 제공하는 배너를 달아라. 그러면 우리가 당신의 콘텐츠 내용에 걸맞는 광고만을 선별해 배너를 내보내 줄 것이다. 대신 당신에게는 현금을 지불하겠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가. 콘텐츠를 압도하는 눈부신 플래시 배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성인광고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선택하기에 따라서는 텍스트 몇 줄, 그것도 색상을 내 홈페이지 디자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데다 콘텐츠 내용과 연관되는 광고라니. 상업광고제휴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하던 고고한 블로거들조차 구글 adSense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달 들어가는 계정 유지비가 만만치 않은 비영리적 성격의 잘 알려진 사이트에서는 구글 adSense를 달아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http://no-smok.net/nsmk/_b3_eb_bd_ba_b8_f0_c5 _a9_bf_ee_bf_b5_ba_f1_c5_e4_b7_d0). 개인들은 이미 구글 adSense를 달기 시작했다. 광고라는 게 조금은 걸리지만, 까짓거 아니다 싶으면 그때가서 내리면 그만이지 하면서(http://hof.pe.kr/b2/index.php?p=621&more=1&c=1).

구글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

하지만 지메일때도 그랬듯이 딴지가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 “구글이라는 회사는 사회과학적(또는 경제적) 용어로 분류하자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으로 꼽히는 ‘다국적기업’에 속한다(http://blog.jinbo.net/marishin/?pid=87)”며, 이거야말로 독립성을 추구하는 1인 미디어 블로거가 할 짓이 아니란다. 논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양한 얘기들이 오간 현장은 marishin님의 블로그(http://blog.jinbo.net/marishin). 참고로 marishin님의 블로그 <밑에서 본 세상> 이 논쟁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찾아가 볼만한 좋은 블로그다. 강추. 각설하고, 논쟁은 그다지 확산되지 않을 것 같다. 대체로 논의의 경계가 설치형 블로그를 선호하는 블로거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사이월드 같은 입주형 블로거들에게는 이미 광고를 보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 스킨류의 아이템조차 돈주고 사는데, 텍스트 수준의 배너 정도 가지고 ‘도덕적 죄책감’같은 것을 가질리 없기 때문이다.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개인이 자유롭게 인터넷상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요즘 웹호스팅 요금이 몇 백 원짜리도 나오는데 그까짓 비용이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지 몇 백 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에게 선택은 단 두 가지다. 포털이 운용하는 맞춤형 홈페이지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HTML, CSS 등에 대한 최종심이 없는(?) 고독한 학습을 통해 직접 설치형 홈페이지를 운영하든지. 여기서 직접적인 금전적 지출은 사실 부차적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택은 전자에 쏠리고 있다. 어차피 비용 지출은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현금을 주고 서비스를 사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물론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홈페이지인 이상 네트워크효과를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덧붙여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워 어느 한쪽이 내겐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구글 adSense의 선두에는 구글 매니아가 있다

구글 adSense는 이러한 심리적 경계선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절묘한 줄타기. 그리고 이 줄타기를 따르는 대열의 선두에는 구글 매니아들이 있다. 심지어 구글 매니아들은 구글을 일컬어 ‘구글신’이라 부를 정도다. 구글이 보여준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모토와 ‘직 검색’이라는 사업모델의 결합은 잡다하게 그리고 치사한 방법으로 돈 벌려고 눈이 벌개진 여타의 검색포탈과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 매니아들과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블로거들은 대체로 그 지반이 일치한다. 뭐 구글이 블로그사업(http://www.blogger.com)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 이유를 유추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지메일이 다단계로 영역을 넓혀갈 때, 입소문의 선두에 선 바로 그들이기도 하다. marishin님이 한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은 이들이 반자본 또는 비자본적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는 점이다. 소위 역사적 좌파가 흔히들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한마디로 네트워크의 역동성에 놀란 역사적 좌파들이 오버하는 것이다. 그들이 모두 다 반자본적이거나 비자본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만한 맹아들을 남들보다는 충분히 지니고 있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여기서는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만이 서로를 융합시킬 수 있을 뿐, 요구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어서면 오히려 남는 것은 ‘그러는 당신은 왜 지메일을 사용하느냐’는 비웃음뿐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100달러 이상의 배너클릭을 유도할만한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소중한 홈페이지에 adSense를 달지 마라. 구글이 구글 매니아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너저분하게 상업적으로 얼룩진 홈페이지가 싫어서 공들여 운영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블로그에 굳이 광고를 추가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배너광고 수익은 영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HOF님의 질문, “구글의 adSense를 붙임으로써 금전적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 블로그는 상업적 사이트로 봐야되는 것일까?” Creative Commons(http://creativecommons. org/licenses/by-nc-sa/2.0/)의 비상업적(Noncommercial) 또는 정보공유라이선스의 영리불허(http://freeuse.or.kr/license/by-nc/) 부분과 충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은 중요하다. 정보공유라이선스의 질문대답 게시판에 보면 ‘배너광고 수익은 영리가 아니다(http://freeuse.or.kr/maybbs/view.php?db=freeuse& code=pan&n=6&page=1)’라고 하니, 일단 ‘무죄’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다. 그렇다면 다나와(http://www.danawa. co.kr)와 같은 사이트도 비상업적 사이트일까? 극단적으로 주장한다면,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사고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보공유라이선스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답변을 하겠지만, 찜찜하다면 자신에게 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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