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디지털칼럼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지적재산권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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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팸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스팸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규제제도를 만들더라도 실제 스팸의 출처를 정확히 규명하기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결국 법적규제의 실효성이 문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메일의 출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술표준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1년 이상 메일인증 기술표준 문제를 논의하던 IETF의 한 워킹그룹은 약 두달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메일인증의 가장 유력한 기술적 제안으로 제시되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사의 Caller ID가 MS사의 특허권 문제 때문에 더 이상 기술표준의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토론 참가자들의 지배적인 의견 때문이었다. 결국 그 이후 메일인증을 위한 기술표준은 메일서버 시장을 놓고 벌이게 될 업체들간의 점유율 경쟁에 맡겨지게 되었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경향을 보면 미국에서는 MS사의 Caller ID(Sender ID라고도 불린다.) 기술과 야후사의 Domain Key 기술이 인터넷서비스업체를 놓고 고객확보경쟁이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스팸관련 표준화 논의가 특허권 문제 때문에 좌절된 것은 유감이지만 최근에는 MS사가 단순히 스팸관련 기술표준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들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을 한 래리 블렁크라는 엔지니어는 MS사가 IETF 스팸관련 워킹그룹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MS사는 인터넷의 기술표준을 규정하고 있는 RFC문서 중에서 약 130여개에 대해서 자신들이 어떤 형태로는 저작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술표준에는 TCP/IP, DNS등 인터넷의 가장 기본적인 근간을 이루는 기술표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우려를 구체화하기라도 하듯이 지난 11월 중순 MS사의 발머 회장은 리눅스를 채택하고 있는 아시아국가 정부들은 소송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미 SCO사가 지난 1년 이상 미국에서 IBM을 비롯한 일부 업체들을 상대로 리눅스의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MS사의 이러한 경고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MS사가 리눅스에 대해서 특허관련 소송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주장하는 GPL(GNU Pulbic Licence)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기가 만만치도 않고, MS사 같은 경우에는 시장에 대한 독과점지배문제 때문에 소송에서 불리하며, 소송에 착수하는 순간부터 업체 스스로 시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소송을 당하게 될 위험도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MS사의 경고는 오픈소스 채택에 대한 위축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또한 MS사가 소송을 하는 경우에도 개별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보다는 WTO의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이용하여 개별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그런 경우 MS사는 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을 상대로 한 소송보다는 네팔과 같은 약소국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창작자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적재산권이 어떻게 독과점 기업의 협박수단이요 약육강식의 무기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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