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8호 사이버
남성들의 노출증과 사이버에서의 폭력성

권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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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하면 예의없는 행동이 남자가 하면 영광스런 행동으로 둔갑한다.
- 요한나 뢰벤헤르츠, 1895


한국에서 남성들의 성기노출은 단순히 바바리맨이라고 불리는 몇몇 변태성욕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이 하는 가장 대중적인 성기노출행위는 바로 길거리 노상방뇨인데, 남자들이 그토록 당당히 노상방뇨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성기를 노출하더라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들이 “알아서” 고개를 돌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상방뇨를 하는 그 순간, 그 공간은 노상방뇨자에 의해 온전하게 점거된다. 그 공간의 반경 1미터 이내로는 어떤 여자도 접근하지 못한다. 남자들이 노상방뇨하는 순간, 여자들은 사라지고 그 공간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소설에서, TV에서, CF에서 남성들의 집단 노상방뇨는 오줌 멀리 누기, 담벼락에 오줌으로 이름쓰기 등 어린 시절 추억이 되고, 유치하지만 뜨거운 우정이 되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남자화장실에서 서로의 성기크기를 확인하며 드는 심정과 남자목욕탕에서 주눅든 이야기 등이 남자들 사이의 친밀감을 확인하는 일상에서의 즐거운 수다였다면, 거리에서의 집단노상방뇨는 그 공간과 시간에 여자들이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혹은 여자들의 시선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일어난다는 점에서 일종의 폭력이자 남성중심적 사회를 반영해주는 상징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지리학자인 데이빗 하비는 가치는 공간에 있으며 축적 역시 공간과 함께 일어난다고 파악하는데, 공간에 대한 접근정도를 위계화함으로써 특정 공간이 특정한 집단에 의해 전유되는 현상이 바로 제국주의적 특성이라고 보았다. 일하는 낮과 즐기는 밤이라는 자본주의 가부장제에서 여성은 집안 외에 어디에서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누릴 권리가 없다. 밤거리에서의 집단적 노상방뇨와 이에 대한 사회적 허용은 밤거리의 시공간은 본래 남자들의 것이었다는 선언이자 영역표시이다. 밤거리에서 여성은 이방인이자, 식민지인들인 것이다.

남성들의 노출증에 대한 관대함이 만들어낸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여성들의 민소매나 미니스커트를 노출증으로 보기도 하는데 사실 치료가 필요한 노출증은 대부분 남성에게서 많이 드러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노출증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욕망의 발현이자 자기숭배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성폭력적인 욕설들과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일종의 노출증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관계의 일방성과 그로 인해 만족하는 자기애적 성향 등 노출증 환자들의 기본적인 행동양태들은 욕설과 도배를 통해 일방적으로 게시판을 점령하는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과 닮아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여친갤러리에 여자친구의 사진을 올리거나, 헤어진 애인의 나체 사진을 올리는 행동 등을 통해 여성의 몸이 남성들의 노출증과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료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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