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9호(200611) 뜨거운감자
지상파 DMB,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 끝은….

홍지은 / 네트워커   :: idio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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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기대했던 거위가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한 것일까? 지난 10월12일 수도권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6개 사업자가 ‘지상파DMB 생존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국회와 관계기관에 건의했다. 2005년 12월1일 ‘세계 최초의 서비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탄생한 지상파DMB 서비스가 개국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업의 존폐를 논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1천억 원의 적자, 중간광고를 허(許)하라?

KBS, MBC, SBS, YTN, U1 미디어, 한국DMB 등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건의문에서 “수익모델 취약성 등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특별지원방안을 마련해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제시한 특별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은 유일한 수입원인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DMB는 지상파 방송사와 동일한 광고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지상파DMB의 매체 특성과 산만한 시청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했다. 또한, 광고 판매 제도와 관련,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아닌 지상파DMB 전용 광고판매대행사를 설립하거나, 사업자들의 직접 영업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지원방안은 이 밖에도 ▲데이터 방송 유료화 ▲송신 출력 증강 ▲특별대책반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6개 사업자의 ‘긴급 구조 요청’에서 알 수 있듯이, 지상파DMB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월21일 국회 문환관광위원회의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상파DMB의 개국 전후로 투입된 시설투자 및 프로그램 제작비용은 총 1,169억 원이다. 반면 광고 매출액은 10억 원 수준으로, 누적 적자 규모는 1,15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인건비, 경상비 등이 포함될 경우 적자액은 더욱 불어난다. 또한, 방송위원회에서 이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비지상파 방송사업자인 H사의 경우 단말기 1,000만대 보급을 가정한 2008년에도 누적 손익이 253억 원으로 추정’하여 지상파DMB 시장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7월25일 U1 미디어는 KBS DMB에서 채널을 임대받아 운영하던 ‘U1 라디오’의 휴업신고를 냈다. 아직까지도 전체 13개의 임대 채널 중 4개가 방송을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정부와 산업계의 목소리에 휘둘려, 지상파DMB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정책을 추진하였기 때문이다.”라고 질타했다.

비판과 비관을 부르며 시작된 사업

세계방송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시작된 지상파DMB 서비스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업자들이 지적하는 ‘수익 모델의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DMB 서비스는 애당초 ‘수요 없는 시장’이라는 비판과 ‘상당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 속에서 강행된 사업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사업자들의 읍소에 좌우되는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상파DMB 시장을 넘어서 전반적인 미디어 산업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소위 ‘대박’이 난 이후, 관련된 각종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미디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디어 수용자들이 각각의 서비스에 쏟을 수 있는 시간, 비용, 주의력(attention)은 한계가 있다. 단국대학교 언론영상학부의 김평호 교수는 이를 ‘미디어 난개발’이라 지칭한다. 그리고 “온갖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모든 서비스를 무한히 소비할 수 없다. 때문에 지상파DMB 같은 서비스들은 설령 성공한다 하더라도 ‘틈새시장’ 이상의 사업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미디어의 개인화 추세도 고려 대상이다. 미디어 수용자들이 단순한 소비자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DMB는 ‘손안의 TV’라는 이름의 개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지만, 근본은 ‘방송’이라는 일방향 서비스다. 이는 자신에게 특화된 내용에 관심을 두는 미디어 수용자들의 습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광고주들이 광고 집행을 꺼리는 이유인 ‘낮은 보급률’도 DMB의 일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은 태생적 한계 때문에, 현재 이야기되는 중간광고 허용이나 지상파DMB의 전국화는 위기를 극복할 타개책이 될 수 없다. 광고 매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한다고 광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 또 인구의 48%, 광고 시장의 90%가 편중되어 있는 수도권에서도 지상파DMB 사업이 어려운데, 지역 지상파DMB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예산 소요가 큰 중계망 설치비용을 감안하면 수익 창출은 더욱 요원하다.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를 위한 정책 마련해야

현재 지상파DMB 단말기는 약 170만대가 보급된 상태. 사업자들의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1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상파DMB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업이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되었고,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업계와 정부 간 ‘찌르고 받기’ 식의 해결은 안 된다. 사업자들의 수익 보전만을 목표로 하는 정책은 제2, 제3의 ‘특별지원방안’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게 할 것이다. 위성DMB 등 다른 미디어 사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정부와 사업자는 미디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지상파DMB의 올바른 자리매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 디지털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들고 다니거나 차량에 설치하여 이동 중 다양한 디지털 방송을 이용할 수 있는 방송서비스로 지상파DMB와 위성DMB가 있다. 두 서비스는 일반 TV를 보는 방법에 따라 구분하는 것과 같다. 안테나를 통해 무료로 보거나, 위성을 통해 유료로 가입해야 볼 수 있는 방식의 차이이다. 지상파DMB는 KBS, MBC, SBS, YTN, 한국DMB, U1 미디어 등 총 6개 사업자가 있다. 위성DMB 사업자는 TU미디어 한 곳뿐이다. (출처 : 지상파DMB 특별위원회 2006. 2. 23.)

(*)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 KOBACO의 주요한 역할은 지상파 방송 즉, 전국의 TV와 라디오의 방송광고를 방송사를 대신하여 판매하는 일이다. 이는 대기업의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제작과 편성을 보호하고,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방송의 상업성을 배제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지상파 DMB의 방송광고 판매는 2006년 3월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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