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40호(200612) 기획
미국의 저작권법 강요, 한미FTA에 저항하라!
자유소프트웨어 전도사 리차드스톨만 초청 강연 열려

오병일 / 네트워커   antiropy@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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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이 복제하는 것을 막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저작권의 적용 범위를 줄여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로 우리가 더 많은 자유를 원할 때 모든 자유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에도 자신의 저작권법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미FTA가 완전히 거부되어야하는 많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저작권의 강화와 공동체의 위기 -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과 기술적 보호조치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자유 소프트웨어의 전도사 리차드스톨만은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이 사람들이 저작물을 이용할 자유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그리고 (문화)기업들의 이익만을 위한 정부 정책이 얼마나 비민주적인지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디지털 환경의 저작권, 사용자의 자유를 제약한다

그는 복제기술과 저작권법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법은 더 이상 사회에 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손으로 복제해야했던 고대에는 저작권이 없었다.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매우 효율적으로 복제가 가능해진 한편, 인쇄기는 비쌌기 때문에 몇몇 곳에서 복제가 이루어져 사람들에게 배포되는 ‘중앙화된 복제본 생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인쇄기 시대에 등장한 저작권법은 처음에는 검열 수단으로 시작되어 창작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저작권은 ‘산업규제’(즉, 영리적 목적으로 다른 출판사의 저작물을 복제, 배포하는 불법 출판업자들에 대한 단속)로 기능했으며 일반 독자들은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의 집행도 쉬웠고 대체로 사회에 유익한 것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누구나 쉽게, 하나의 복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저작권법의 영향도 완전히 바뀌었는데, 더 이상 산업규제에 머물지 않고 일반 대중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가정 내 컴퓨터에 대해서도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저작권은 일반 공중과 저자 사이의 일종의 계약이다. 인쇄기 시대에 일반 공중은 복제할 자유를 저자와 출판업자에게 양도하였지만, 당시에 일반 공중은 어차피 복제의 자유를 행사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복제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적인 정부라면 공중의 이익을 위해 이 계약에 대한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일반 공중이 복제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을 위한 저작권법을 국회에서 구매했다

그러나 정부는 저작권을 그 이전보다 더욱 제한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과 ‘기술적 보호조치’의 강화이다. 미국은 1998년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미래의 저작물뿐만 아니라 과거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하였다. 그는 반문한다. “지금 저작권을 연장함으로써 1920년대에 이미 사망한 저자에게 그 당시에 더 많은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도록 어떻게 고취할 수 있습니까?” 미래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죽은 이후 (50년이 아니라) 70년까지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이 책을 쓰기 힘들다는 저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는 “보호기간 연장이 창조력을 더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모두 거짓이다. 저작권을 연장하려는 진짜 이유는 과거의 저작물로부터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있고, 그들은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디즈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이 곧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국회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법을 얻었다는 것이다.
저작물의 보호 범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은 원래 저작물의 모든 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이용만 규제하며, 저작권에 규제되지 않는 이용을 ‘공정이용’이라 부른다. 그러나 출판업자들은 모든 이용을 규제할 수 있는 권력을 원했고, 그 결과 통과된 것이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이다. 이 법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들을 보호하는데, 스톨만은 이를 DRM, 즉 ‘디지털제약관리(Digital Restriction Management)’라고 부른다. (보통 사회에서는 DRM을 디지털권리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로 부른다.) 특정한 플레이어에서만 볼 수 있도록 DVD 영화를 암호화하는 것이 DRM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다양한 기업들이 공모하여, 모든 DVD 플레이어가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유럽의 프로그래머가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이는 미국에서 현재 불법이다. 저작권법에 의해 ‘검열’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스톨만이 속해있는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은 DRM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행사장 앞에서 독성 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된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DefectiveByDesign.org 참고)

한국은 미국과의 FTA를 체결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유사한 법을 다른 나라에 강요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대해 그는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재판 없이 투옥하고, 고문도 하고,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을 ‘파시스트 국가’로 규정했다. 그는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은 다른 나라를 미국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환경, 공중보건, 또는 공공성을 위한 정책들이 희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의 FTA를 체결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FTA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기업 제국주의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워싱턴에 있는 정부를 주인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기업에 복종하는 집행자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우선 저작권 보호기간은 10년 정도로 단축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나 매뉴얼과 같은 기능적 저작물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논문과 같이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저작물이나 예술 저작물 등은 10년동안 저작권이 보호되나, 그 전에라도 비영리적 이용은 허용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행위도 당연히 보장이 되어야 한다. 음반사들이 대부분의 창작자들을 착취하는 현재의 구조 대신 우리는 대안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종의 세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나, 자발적인 기부를 활성화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강연 내내 그의 어조는 침착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의 엄격하면서도 까칠한(?) 성격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헤어지면서 “즐거운 해킹을~(Happy Hacking~)"라고 인사하는 그는 유머러스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이번 강연을 통해, 20년이 넘도록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이끌어 온 그의 신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11월 16일,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그의 강연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공동 주최하였다. 주최측은 조만간 강연 동영상과 강연록을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http://ipleft.or.kr/stallman/061102.php 참고.

* 한편, 리차드스톨만은 11월 18일, GNU Korea 주최의 별도의 강연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http://korea.gnu.org/rms-speech-in-2006.html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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