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6호 정보운동
노숙인들, 그들에게 정보인권은 없다!
서울시가 구축하는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 노숙인의 정보인권 침해논란 일어

장여경  
조회수: 2536 / 추천: 53
기든스에 따르면 근대 민족국가는 숙명적으로 자국 국민을 감시할 수밖에 없다. 근대 국가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구축한 행정 데이터베이스가 국민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를 위해 구축되는 장애인·생활보호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의 데이터베이스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 데이터베이스가 정보인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13일부터 1주일간 영등포역 광장에서는 2명의 노숙인이 서울시가 노숙인 지원업무를 민간 위탁한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의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은 ‘영원히 노숙자로 낙인찍는’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략 1998년부터 노숙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80여 개 서울시내 노숙인 쉼터가 공유하도록 하였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노숙인의 쉼터 입·퇴소 정보 뿐 아니라 성명·성별·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기본 신상정보, 그리고 장애·질환·음주량·결혼 형태와 결혼의 해체유형·집 떠난 시기와 사유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노실사)’ 역시 서울시에 이 시스템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10월 27일 서울시에 보낸 질의를 통해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현행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정보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1월 4일 답변을 통해 “노숙인의 인원을 파악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실사는 노숙인의 개인 정보와 상담 기록은 인터넷을 통해 집적될 것이 아니라, 개별 시설 단위에서 상담원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도 지난 11월 20일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이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공개질의를 서울시에 보냈다. 이 질의에서는 △ 법률적 근거가 없고 당사자 동의도 받지 않은 개인정보의 삭제 의향 △ 노숙인 인원 파악과 무관한 개인정보 삭제 의향 △ 법률이 요구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물었다. 한편 이 시스템의 구축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다시서기는 오는 12월 3일 ‘사회복지 서비스 기록과 정보인권 보호’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은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데이터베이스로서, 제2의 NEIS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 받고 있는 계층인 노숙인의 정보인권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공공 복지와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