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4호 파워인터뷰
한미 FTA의 목표는 사회 전반에 걸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심광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정책 기획연구단장, shimkh@knua.ac.kr)

홍지은 / 네트워커   idiot@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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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280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시민 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범국본은 지난 4월 15일 제 1차 국민대회를 개최했으며, 6월에는 한미 FTA 1차 본 협상이 열리는 미국으로 가서 원정투쟁도 할 계획이다. 또한 각 영역별 대책위원회의 활동도 활발하다. 하지만 정부의 왜곡된 선전과 주류 언론의 함구로 인해 한미 FTA에 대한 일반의 인식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월간 <네트워커>는 범국본의 기획연구단장인 심광현 교수를 만나, 한미 FTA에 관한 총론적 비판을 들어보았다.
심광현 교수

홍지은(아래 홍) :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3월 28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아래 범국본)가 발족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아래 FTA)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정도에 머무르고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심광현(아래 심) : 한미 FTA가 ‘상품’에 국한된 협정이라 말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중대한 왜곡입니다. 미국이 체결한 최초의 FTA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의 FTA는 일반 상품만이 아니라 농업과, 서비스업 등 1,2,3차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협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의 철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FTA를 단순히 양국의 상품 시장을 자유화하는 협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체결국가의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법률과 제도 모두를 변화시키는 것이니까요.

홍 : 한미 FTA를 ‘NAFTA 이후의 FTA’로 분류하셨는데요. NAFTA를 전후해서 FTA의 성격이 변화되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심 : FTA는 NAFTA를 기점으로 해서 ‘고전적 FTA’와 ‘신세대 FTA’로 나뉩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후의 국제정치를 살펴봐야 하죠. 냉전 구도에서 미국은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위해 비(非)공산권 국가들을 규합하여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이 FTA를 만들었는데, 다자간 무역 틀인 GATT와 달리 양자 간의 보호 장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최초의 FTA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그것도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냉전구도가 무너지고, 독일의 통일을 계기로 유럽은 1957년부터 지속된 경제 통합 논의를 발전시켜 1994년에 EU(유럽 연합)를 출범시켰습니다. EU는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제도적 장벽이었고, GATT 체제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죠.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은 결국 같은 해 NAFTA를 체결함으로써, 유럽의 견제에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다음 해인 1995년 GATT보다 더 포괄적인 형태의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 했습니다. GATT가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WTO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 서비스 분야까지도 포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EU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다자주의 틀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이후부터 미국 역시 뒤늦게 양자 간 무역 틀인 FTA를 채택하게 된 것이죠.

홍 : 고전적 FTA와 신세대 FTA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요?
심 : 여러 가지, 이를테면 1,2,3차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가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비관세 장벽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는 관세 장벽만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관세율은 몇 프로 되지 않습니다. 비관세 장벽이 무엇이냐면, 노동조건, 고용, 환경규제 같은 것들을 일컫는 말이죠.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스크린쿼터를 비롯한 4대 쟁점 사항들-스크린쿼터, 소고기, 자동차, 의약품-이 바로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입니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의 철폐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결국 초국적 자본을 위한 시장 개방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소유 지분 제한 철폐가 목적입니다. 한국의 공기업에서 외국 자본의 소유지분한도는 49.9%입니다. 이것을 무너뜨려서, 공공영역을 민영화하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공기업뿐만 아니라, 방송, 정부조달부분까지 아우르는 공공서비스 영역을 거대 자본의 지배 하에 두려는 의도입니다. 이것이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4대 쟁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비관세 장벽 부분들을 자발적으로 미리 개방을 해서 FTA와 아예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홍 : 현재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성장도 지체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식의 시장개방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심 : 그럼 반문해보지요. 만약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FTA가 필수적이라면, G7(서방선진7개국)에 속한 이탈리아, 그리고 경제 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 같은 나라들은 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가요? 스위스는 왜 미국과 FTA협상을 추진하다 결국에는 그만두었을까요?

홍 :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FTA가 필요하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는지요?
심 : 외환위기 당시, IMF가 우리에게 차관을 제공한 조건은 ‘신자유주의적인 개방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공기업, 금융, 노동, 교육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개방 요구를 했지요. 그 때 비관세 장벽 중 절반 정도를 개방했습니다.
이를테면 교육 부문 개방의 경우, 송금제한과 학교의 영리법인 금지 규정 그리고 초중등 교육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이를 제외한 분야, 즉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등 전 분야가 이미 개방이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나머지 부문에 대한 개방도 사실상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특별법 제정이후, 제주도에서는 영리법인 학교도 허용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송금제한도 없습니다.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전국이 아니라, 지역의 주요 거점들을 중심으로 개방하면서 그 효과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개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미‧호주 FTA를 보면 이 부분도 개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 : FTA가 현재 세계 경제 질서의 중심축이 되어가므로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심 : FTA의 흐름에 빨리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대세론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선전 논리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체결된 FTA 개수는 180개 정도밖에 안됩니다. FTA를 주도하는 미국조차도 9개 나라하고만 체결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NAFTA를 제외하면 다 조그만 나라들과 한 것이죠.
그리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신세대 FTA는 1,2,3차 산업과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하므로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해야합니다. 어느 나라도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아요. 국내의 제도와 법률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준비 과정만 3년이 걸리고, 협상 과정도 2년 씩 걸리는 것이 FTA입니다. 그런데도 이것을 1년 안에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더욱이 현재까지 EU를 제외하고 가장 큰 통합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양국 정부가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말이죠.
심광현 교수

홍 : 정부의 졸속추진을 비판하고 계시는데요. 정부는 한미 FTA가 1998년부터 논의되었던 BIT(양자투자협정)의 연장선이기에 이미 충분한 검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 : BIT는 FTA처럼 전 산업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부문, 그것도 금융에만 한정된 것입니다. FTA의 부분집합인 셈이죠. 때문에 BIT와 FTA를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BIT만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공론화하고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관련 부처 일각에서 BIT에 관한 연구를 좀 했을 뿐이지, 공청회를 연 적도 없고, 관련 산업 분야 전반에서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한 적도 없습니다.
물론 2000년부터 한미 재계회의에서 BIT와 함께 FTA 논의를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미 재계회의란 정부가 아니라, 양국 대재벌 간의 논의틀일 뿐이죠. 그 과정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다고 하는 것은 한미 재계회의를 정부의 정책인프라로 인정하는 꼴인데, 이거야말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10대 재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농업, 서비스 분야에 걸쳐 상당수의 단위가 있는데, 모두 무시하고 재계회의가 결정한대로 정부가 정책으로 만들면 국민은 이를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홍 : 하지만 그런 재벌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수출이 성장 혹은 GDP(국내총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크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시장 개척을 위해 FTA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심 : “우리는 수출 중심의 경제이고,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외국의 대자본과 선진기술을 끌어들여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지금 FTA에서 하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수출과 GDP의 총량이 증가해도 내수시장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산업 연관 효과를 발생시키는 고리가 완전히 끊겨버린 거죠. 왜 그럴까요? 과거에는 기업이 영업이익을 벌면 사업에 재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국의 초국적 자본들이 들어오면서 주주권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지요. 외환은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흑자가 나와도 론스타가 세금 한 푼 없이 그것을 다 가집니다. FTA의 목표는 과거 IMF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 전반에 걸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이란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고통을 가져올 뿐이죠.
GDP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지적할 사항은 바로 환율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원화 강세는 GDP를 늘리는 데 아주 큰 기여를 했습니다. 내부의 실질 성장이 미미한 상황에서 원화강세가 없었다면 GDP가 그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수출의 손익 분기점이 ‘1달러≒980원’ 수준인데, 이미 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이죠. 때문에 수출을 해서 먹고 사니까 미국 시장에 수출을 더 많이 하기 위해 FTA를 하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홍 : 현재의 달러 약세 상황이 단기적인 현상은 아닐까요? 앞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심 : 달러의 위치가 불안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단지 1985년의 ‘프라자 합의’ 등을 통해 위기상황을 계속 유예시켜 왔을 뿐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무역적자-에 시달렸던 미국은 달러가치를 절하함으로써 적자를 줄인 것이죠. 덕분에 당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었던 일본은 미국의 빚을 떠안게 되었고 1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불황에 시달렸습니다. 지금의 달러 약세 상황도 20년 전의 상황이 반복되는 형국이죠.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GDP의 6.5%에 달한 상태입니다. 재정적자 역시 2014년이면 미국 1년 GDP의 64%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은 또 한 번의 프라자 합의, 즉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음으로써, 달러를 평가 절하하여 자신들의 부채규모를 줄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이 자국의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바랄 리는 없죠.
이처럼 미국이 달러 약세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미국에 수출을 늘려봤자 손해만 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FTA가 아니라 장기적인 환율방어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홍 : 경제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 잘 말씀해 주셨는데요. 한미 FTA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정치‧군사적 맥락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심 : FTA와 관련해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평택 문제와 얽혀있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1월 19일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양국의 갑작스러운 합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이 무엇이냐 하면, 휴전선 근방에 배치되어 있었던 인력, 장비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목표 대상도 북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로 확대되는 것이죠. 용산에서 미군이 나간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평택으로 모든 미군부대가 옮겨가면서 거대한 군사 집적 기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지가 노리는 곳은 바로 중국이지요. 동북아시아의 긴장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1월 달에 4대 쟁점에 관한 한미 양국의 합의도 있었지요. 이처럼 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계획이 일정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미 FTA를 총괄하고 있는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FTA는 단순한 경제 협정이 아니다. 정치, 군사, 안보적 동맹을 강화하는 최대의 포괄적 협정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한미FTA와 전략적 유연성은 같은 쌍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패권적 전략에 우리가 휘말리고 있는 것입니다.

홍 : 한미 FTA의 체결이 결국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높이는 맥락과 함께 진행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북한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FTA의 걸림돌로 떠오르는 개성공단 문제를 보면 정부는 북한을 배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성공단으로의 자금 유입을 반대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 그 곳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심 : 한미 FTA를 체결하면 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현재 정부는 유독 개성공단 문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사안만은 우리 쪽 의견이 관철되게 하겠다는 거죠. 이러는 이유는 개성공단이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이기 때문이죠. 우선 경제적으로 남북경협의 출구입니다. 남북경협을 통해 투자처를 확보한다는 것이죠. 개성공단은 현재 월 50달러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엄청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권 입장에서는 낮은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요. 나아가 통일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통일은 자본에 의한 흡수 통일일 뿐이죠. 참여 정부 들어서 통일에 관한 논의는 이미 흡수 통일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결국 한미 FTA는 자본과 정부의 이익을 위해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다수 민중의 이익까지도 희생하려는 시도입니다.
심광현 교수

홍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한미 FTA는 결국 대다수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 : 한미 FTA는 결국 미국에의 경제, 군사적 종속을 심화시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물론 정부는 고용과 GDP 성장률을 들먹이지만, 수치조작으로 망신만 당했습니다. 비자가 면제되어 전문직이 자유롭게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어 좋다고도 하는데, 그게 민중 전체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이 얻는 이익은 소수의 대자본에게만 집중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대자본에 끌려가고 있지요. 작년에 삼성 엑스파일 사건에서 봤듯이, 확실하게 끌려가고 있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정권이 대자본과 보수언론과 삼각동맹을 구축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정권 재창출 같은 것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홍 : 그렇다면 한미 FTA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이란 ‘저지’ 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도 약간 씩은 다른 것 같은데요. 한미 FTA가 급한 것이 아니라, 한‧중, 또는 한‧유럽과 같은 다른 FTA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FTA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심 : 협상을 잘 할 ‘건덕지’가 없으니 반대하고 저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개성공단 하나 얻으려고 어떻게 모든 것을 내놓겠습니까?
FTA가 미국식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한미FTA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미국식 FTA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GATT적 수준에서의 FTA라면, 그러니까 2차 상품 중심의 FTA라면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경제의 모든 부문을 포괄하고, 또한 정치, 군사적 동맹까지 플러스 시키는 미국식 FTA를 대세로 놓고 진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홍 : 결국 어떤 FTA냐, 그리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로 귀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GATT적 수준의 FTA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들이 있어야 할까요?
심 : GATT 수준의 FTA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국내 문제와 국외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양극화를 해소하고, 내수 시장을 정비하면서 내부의 민주주의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어떤 FTA도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포기하도록 해야만 GATT적 수준의 FTA도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아무리 성장하면 뭐합니까? 성장이 양극화의 주범이 되고 있는데. 이런 성장은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지요. 현재 가지고 있는 자본들을 어떻게 사회화 할 것인지, 또 민중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면서 시장을 신축성 있게 운영하는 그런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우선이지, 시장이나 FTA가 우선이 아닙니다.

홍 : 한미 FTA의 사회적 폐해에 대한 고민 말고도, 절차적인 문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한미 FTA가 사실상 공청회 한 번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 때문에 통상절차법 제정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 : 통상절차법과 관련해서는 지난 2월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를 해 놓은 상태인데 채택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만들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에 제동이 걸릴까봐 그러는 거죠. 민주주의의 절차적 원칙마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평택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FTA의 사전 워크숍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합의 과정도 없이 무슨 일이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거죠.

홍 : 6월 달부터 한미 FTA 본 협상이 시작됩니다. 정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FTA를 체결할 방침인데요. 범국본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반대 의견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심 : 이해는커녕 정부와는 현재 토론이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혹 토론을 제안해도 일방적으로 자기가 짠 틀에 들어오라는 식이죠. 이틀 전에 연락해서 공청회에 참여하라고 하기도 합니다. 대화의 제스처만 보이고 있어요. 스크린쿼터 투쟁 때도 이미 경험한 것들입니다. 대화 한 마디 없이 발표부터 딱 하고, 영화인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고 극장협회를 불러다가 대화를 했지요. 영향력 있는 주류 언론사들 역시 토론회를 개최할 생각을 안 합니다. 정부 지침에 의해 함구하고 왜곡만 할 뿐이죠. 그래서 대중 차원의 인식 변화가 굉장히 더딥니다. 범국본을 중심으로 각 영역별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노력을 기울이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국민의 힘을 결집해서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6월 3일, 7월 8일 전후로 2차, 3차 국민대회를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서 반대 의견을 공론화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모든 절차가 막힌다면 민중의 의사는 거리를 통해서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87년의 교훈이죠. 그 때처럼 정면격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홍 : 범국본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들이 꼭 결실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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