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6호 장애없는
시각장애인 정보화의 문제점

임장순 /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학습지원센터 소장   hopenew@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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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호에서 언급하였듯이, 정보화는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기회이자 위기이다. 지금까지는 기회로서의 정보화 즉, 정보화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과 시각장애인 정보화 현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정보화의 위기 즉, 시각장애인 정보화에 있어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기기와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큰 문제

시각장애인 정보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접근성 문제이다. 정보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보 접근에 필요한 기기의 사용이 원활해야 하는 동시에 정보의 내용 역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기기의 사용과 콘텐츠 접근에 있어 항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정보화 기기의 사용성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보편화된 정보화 기기인 PC를 사용함에 있어 시각장애인들은 화면의 내용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를 설치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스크린 리더로는 PC에서 작동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국내 스크린 리더의 개발 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PC 응용프로그램들 중에는 스크린 리더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화면 출력 방식을 사용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과 비교하여 스크린 리더의 개발 역사가 짧고 열악한 시장 조건으로 말미암아, 국내 스크린 리더는 외국의 것에 비해 섬세한 기능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응용프로그램 개발

그러나 스크린 리더 개발 기술의 부족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일반 응용프로그램의 개발 방법에 있다. 스크린 리더 개발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응용프로그램들이 스크린 리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화면 출력을 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면의 내용을 읽어 주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기술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자들은 시각장애인을 사용자로 간주하지 않고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한 프로그램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을 많이 사용하고 마우스로만 작동이 가능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입체적인 화면 구성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불편과 비효율성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프로그램만을 골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려한 홈페이지가 오히려 장벽

오늘날의 사회에 있어 가장 풍부한 정보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인터넷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엄청난 접근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여 음성으로 내용을 확인해가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데 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정작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사이버 활동에 참여하려면 시각장애인들은 다시 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다수의 홈페이지들이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로서는 복잡한 거리에 아무런 안내 표시 없이 내버려진 느낌이 들게 한다. 시각적 효과를 노린 현란한 그래픽 이미지들의 사용, 입체적인 화면 구성, 역동적인 화면 처리 등은 텍스트 위주의 정적인 화면을 스크린 리더에 의존하여 파악해 나가야 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터넷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형 웹접근성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홈페이지 제작 시에 반영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일부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이외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

휴대폰 등 모든 정보기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돼야

위에서는 주로 PC를 중심으로 한 정보 접근의 어려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에 있어 정보처리에 사용되는 기기는 PC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정보화 기기의 하나가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초창기 개인 간 의사소통 수단에서 점차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제 DMB폰의 등장으로 TV의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활용도는 더욱 더 높아질 추세이다. 그런데 이 휴대폰 사용에 있어서도 시각장애인은 부분적으로만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요즈음 몇몇 휴대폰이 음성 모드를 장착하여 일부 정보를 음성으로 출력해 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휴대폰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정보 기기의 활용에 있어서 비시각장애인들을 따라갈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정보 격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은행 업무에 사용되는 ATM 및 각종 서류 발급 기기 등의 접근성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가전제품 역시 대부분이 그 사용방법이 디지털화 되어 있어 LCD에 출력되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사용하기 곤란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대책도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날로그 형태의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어 저장되고 제공된다는 것은 확실히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그것은 시각적 정보를 청각 혹은 촉각 정보로 변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그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에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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