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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말했듯, 리눅스를 쓰기 원한다면 내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에 따라 매 순간마다 받는 느낌과 해결 방식이 달라질 것이니까요. "꼭 리눅스를 써야"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전 담배를 안피지만, 리눅스로의 변화는 "담배를 끊는 것"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분명 어떻게든 지금까지 익숙하게 써 온 컴퓨팅 환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독점 소프트웨어에 치우쳐 있고, 그것이 여러모로 해악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꾸고 싶어지겠죠. 리눅스를 쓴다는 것은 보통 그 OS 자체를 쓴다기보다는 그로 인해 거의 모든 것을 바꾸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담배를 줄일 수 없다고 말씀들을 하시지만, 독점 소프트웨어는 줄일 수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시고 "끊을 수 없다면 줄이세요." :) 그저 지금 쓰고 있는 독점 소프트웨어 한두 가지만 자유 소프트웨어(이하 F/OSS)로 바꾸어도(웹 브라우저 하나만이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 혹은 오해
이유가 무엇이든, 일단 리눅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F/OSS가 좋다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는 동의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쉽지 않은데, F/OSS의 좋은 점이 덜 알려져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쌓여 온 F/OSS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직접 써보면서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이겠지만, 혹 그런 오해들이 아예 발목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 있겠죠. F/OSS를 쓰지 않는 이유들을 추측해보면 이런 것일 겁니다. "불편하다/익숙치 않다", "도움/지원이 부족하다". "불안정하다". 그런 인식이 퍼지는 주요한 이유라면, 대개 영어권에서 개발돼서 생기는 "언어 지원" 문제, 성숙기 이전까진 사용자보단 개발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문제, 그리고 자발적인 개발 방식이 가져오는 초기의 혼란함 등이 있겠습니다. 보통 잘 표현되진 않지만 "주위 사람들이 많이 안 써서"도 큰 이유입니다. 보통 컴퓨터를 배울 때, 프로그램을 익힐 때 자연히 독점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 탓에 대부분의 사람이 독점 소프트웨어 사용에 익숙해지니까요. 아무리 F/OSS의 장점이 많아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건 인정하고 넘어가야겠죠.
하지만 뭐든지 막상 쓰며 익숙해지면, 실제로 그런 점들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게 보통입니다. 주위에 이런 식으로 말하며 당신의 F/OSS 사용 희망,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다면 살짝 흘려주세요. 다른 상용 소프트웨어를 기준으로 F/OSS를 판단하기 보다는, 그것 자체만의 매력,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죠. 또, F/OSS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만 제 멋에 쓰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다 끌어내 쓰는 경우는, 그 프로그램이 아니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제공되는 기능의 일부분만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MS 오피스는 저도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MS 오피스 아닌 다른 오피스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대체 프로그램
요즘은 특히 리눅스가 설치가 쉽고, 설정도 거의 다 되어 있으며,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포함된 상태로 배포되기 때문에, 예전에 하던 고민은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X-윈도(Window)를 설정한다든가, 한글화를 한다든가 장치를 설정한다든가 하는 수 많은 문제에 봉착해 좌절해 왔지만, 지금은 그런 걸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리눅스를 쓰는데 관건은, 오직 자신이 주로 써오던 ‘응용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제일 먼저 할 일은, 역시 내가 주로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이고, 그것이 리눅스용이 있는지, 아니면 리눅스용 프로그램 중 상응하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윈도우용과 리눅스용이 모두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 리눅스용이 있다면 바로 리눅스 설치로 직행해도 될 것이고, 쓰고 있진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 그것의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쓰며 익숙해진 후 리눅스로 가면 될 것입니다. 윈도우용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대체할 수 있는 리눅스용 프로그램의 목록을 다음 링크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linuxrsp.ru/win-lin-soft/table-eng.html
몇 가지만 뽑아보면,
오피스 : MS 오피스(MS Office) -> 오픈 오피스(Open Office) (
http://openoffice.org)
웹 브라우저 :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 + 익스플로러 뷰(IE View) (
http://mozilla.com)
이메일 : MS 아웃룩(MS Outlook) -> 에볼루션/모질라 썬더버드(Evolution/Mozilla Thunderbird) (
http://mozilla.com)
그래픽 : 포토샵(Photoshop) -> 김프(Gimp) (
http://gimp.org)
등이 있겠고, 그 외에도 영화는 엠플레이어(mplayer), 브이엘씨(vlc), 토템(totem), 음악은 엑스엠엠에스(xmms), 아마로크(amarok), 메신저는 가임(gaim) 등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것들은 상용의 그것보다 성능과 기능,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떨어진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F/OSS의 특징인 빠른 변화 속도에 의해 나날이 개선되어 지금은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더 좋아진 기능들도 있죠.
윈도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찾는 것만이 아닌, "리눅스에만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해볼만 합니다. 그놈(GNOME), 케이디이(KDE) 등 리눅스/유닉스용 데스크탑 환경이 발전하면서 그것에 기반 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건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일단 그런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흥미 있는, 써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될 수 있겠죠.
또 덩치 큰 독립된 하나의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더 작은, 혹은 다른 프로그램들이 엮여져 같은, 혹은 더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명령어의 조합이나, 프로그램의 확장기능으로 엄청나게 힘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리눅스/유닉스 환경은 프로그램이 혼자 모든 걸 하는 게 아니라 운영체제와 다른 프로그램들이 협력하게 하는 게 수월합니다. 이것은 최초의 설계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환경과 작업 패턴을 살짝 맛보기 위해서는 씨그윈(Cygwin,
http://www.cygwin.com)을 사용하면 됩니다.
참고로, 최악의 경우 리눅스용 대체 프로그램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윈도용 게임이 그런데, 이럴 때조차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와인(Wine)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많은 윈도용 프로그램이 실행 가능하거든요.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돌릴 수 있습니다. 아예 그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아한글이 대표적입니다). 리눅스를 쓰고 싶은데 대체할 F/OSS가 없다고 해도 아직 포기하진 마세요. ^^
즐거움과 아쉬움
F/OSS를 만드는 사람들은 "단지 즐거워서" 그것을 만듭니다. 그런데 쓰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다면 좀 이상하겠죠? 당장의 낯섦은 어쩔 수 없지만, 도저히 넘기 어려운 불편함을 계속 감수하면서 F/OSS를, 리눅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리눅스를 쓰는 것이 좋은 것이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걸 써서 무엇을 하느냐 일 테니까요. 그리고 분명, 윈도와 리눅스가 완전히 같을 수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꼭 해야 하는 작업은 어떻게든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겠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컴퓨터 활용은 리눅스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루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되겠죠? :) 리눅스를 쓰는데 어려움은 컴퓨터의 세계에만 있지 않습니다. 정책적인 이유로 자유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죠.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뱅킹’입니다. 웹 표준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업체의 ‘귀찮음’으로 발생한 문제. 이런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됩니다. 오픈웹 (
http://openweb.or.kr) 운동, 그리고 자유소프트웨어 브라우저(불여우 등)의 사용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