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1호 학교이야기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교육 정보화

김현식 / 포항 대동중학교 교사   yonorang@eduhop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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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서 전임자로 생활하다가 삼 년 만에 현장에 돌아왔다. 교사에겐 학교가 현장이고, 학생과 학부모와의 만남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무실 컴퓨터는 기종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통신 회선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전자파 걱정이 적은 액정화면(LCD)도 눈에 띄게 보인다. 큰 갈등을 겪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교무업무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게 됨으로 논란의 한 단계는 마무리되었다. 나도 그동안 거부했던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해 교육청에 가서 인가코드를 받았다. 학교 교육 정보화를 관장하는 교육정보부장에 젊은 실무자가 임명되었다. 많은 변화가 소리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고 나서 조용한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봄 학기 교실엔 대형 프로젝션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있지만, 컴퓨터 본체가 없어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분실을 우려하여 본체를 떼어내 따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수업을 위해 다시 붙여놓는 과정이 귀찮기에 컴퓨터 없는 교실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하긴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봄 학기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컴퓨터가 남아 있는 특별교실에서는 저작권과 관계없이 교육을 위해서 찾아낸 최신 영화 상영을 위해 유용하게 쓰인다. 아이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산만하지만, 영화는 떠들지 않고 재미있게 본다.

학교 홈페이지가 새롭게 단장되었다. 교수학습도움센터와 연결되어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카페를 개설할 수도 있고 블로그도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디자인도 산뜻하고 상업 광고도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회원 가입할 때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것보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관리자의 안내 글을 빼놓고는 학생이나 학부모, 심지어 일반 교사들조차 전혀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 다만 학생들이 회원가입하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블로그에 게임이나 연예인 관련 내용이 가끔씩 올라올 뿐이다.

올해는 초중등학교 교육 정보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 십 년이 된다. 그리하여 교육 정보화 기반 구축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고, 교원이 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도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정보 인권에 대해서 누구나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교육 정보화에 대한 근본적 물음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에서 나아가 휴먼웨어에 대하여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 관계에 의한 상호작용은 교수 학습 방식과 교사의 정보 활용 개선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인간 관계에 바탕을 둔 휴먼웨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학교 교육 정보화가 이루어져야 교육이 제대로 설 것이다. 교육의 최상에는 인간이 있고, 인간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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