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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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위험하다



한재각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활동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서, "금년 1월부터 대검찰청, 한국복지재단, (주)바이오그랜드와 협약을 체결하여 유전자정보(DNA)를 활용한 미아(가족)찾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최근 검찰청과 경찰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각기 "과학수사"를 내세워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내에 개인 유전정보를 보호할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검찰청 그리고 (주)바이오그랜드라는 바이오벤처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전자정보 DB 구축의 인도적 명분이 단지 장식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우리는 대검찰청 유전자감식실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 이전부터 유전자정보은행의 설립을 추진해온 검찰청이 대규모 유전자감식 기술개발 및 운영에 따른 개인 유전정보 유출 우려를, '미아(가족) 찾기'라는 인도주의적 외피를 내세워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가. 또한 경제적 이익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바이오벤처가 이 사업에 참여하여 개인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개인 유전정보의 상업화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이 회사는 검찰청의 협력기관이라고 밝혀져 있다. 만약 이 사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검찰청과 바이오벤처는 이 사업에 결코 참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미아나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인도주의적 명분을 가진 유전자정보 DB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미아나 이산가족 찾기에 사회적 조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그런 사회적 조력의 한 방안으로 체계적인 유전자정보 DB의 구축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인의 DNA 샘플을 수집하여 저장하고,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유전정보가 누출될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또한 국가 혹은 기업에 의해서 구축, 운영되는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일상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개인 유전정보의 보호를 위해서 동의절차를 마련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동복지시설의 미아들의 유전자정보를 확인하는 동의를 후견인에게 구한다는 것은,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에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속속 제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 추진은, 이와 같은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법제도적 완비없이 이루어진 대단히 무책임한 결정인 것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생명과학 보건안전윤리법(안)을 준비케하여 입법할 예정이 있다. 그 법안에는 인간유전정보의 수집, 관리, 이용을 규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의 다른 부처에서는 이런 입법 움직임에는 아랑곳없이 인간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정말 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제도 완비 이후에 추진하는 것도 늦지 않을 일이다. 이 사업 추진을 당장 중지하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사업 이외에도, 국가기구 및 기업 등에 의해서 인간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수많은 시도는 계획 중이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검찰청과 경찰청의 유전자정보은행 설립 계획은 물론이거니와, 국립보건원의 '유전질환 데이테베이스', 적십자 중앙혈액원, 일부 병원 및 사회복지기관을 통해서 유전정보를 포함한 혈액을 확보하거나, 신원확인 및 각종 검사를 대행해준다는 목적으로 개인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벤처기업 등.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인간유전정보 보호의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인간유전정보 보호법>을 하루 빨리 제정·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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