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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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인터넷 대안미디어의 무한한 가능성


김현우 (참세상방송국)


60년대 말 미 국방성에서 군사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1990년대에 들어 전세계의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정보통신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초창기 인 터넷이 편지를 대체하는 인터넷 메일과 게시판을 중심으로 텍스트로 작성되는 의사소통의 창구로서 역할했다면 현재는 인터넷폰과 화상통신, 인터넷방송에 이 르기까지 그 영역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해가고 있다. 제 3의 물결을 넘어, 이른바 인터넷혁명, 디지털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는 "닷컴"류의 수많은 광고 때문이 아니다.

디지털 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기존의 매스미디어 체제에서 이루어지던 송신자와 수신자, 또는 정보생산자 정보소비자 간의 단선적 구분이 사라지고, 거대 미디어 의 영향력 축소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성립한다는 것에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정보 혹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 이를 출판하고 송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기 에 발터 벤야민이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이 갖는 해방적 가능성을 언급한 이래, 이제 그 가능성이 인터넷을 통해 전면 개화할 여건이 갖추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의 미디어가 그 기술적 형식이 새롭다고 해서 내용까지 새롭다는 보 장은 없다. 그러나 디지털혁명의 틈새를 놓치지 않는 미디어 게릴라들의 활동은 인터넷을 통한 '대안' 미디어 혹은 독립미디어의 가능성을 이미 구체적으로 실증 하고 있다. 멕시코 치아파스 정글 속의 수천의 게릴라들이 미디어 게릴라들과 조우하여 그들의 투쟁을 세계 저항세력의 투쟁으로 만들었던 사례는 가장 전형 적이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투쟁이 그토록 빠른 시간 내에 널리 알려 지고 국제적인 대항행동이 조직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신자유주의의 심장부 를 뒤흔든 지난해 11월의 시애틀 시위역시 공동행동 조직화와 보도, 방송에 있 어 인터넷 미디어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기성 언론, 공중파 방송에서는 상업성 이나 검열의 문제로 가능하지 않을 뉴스와 의견들이 인터넷으로 넘쳐나고 있는 이 상황은 확실히 새로운, 그리고 대안적인 미디어의 시대를 운위할 수 있게 한 다.

전직 <말>지 기자가 몇 달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는 이러한 인터넷 미디어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오마이뉴스에는 전문기자도, 전업기자도 없다. 대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 아래 기성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한 4천여명의 자원활동 기자들이 '뉴스게릴 라들의 연대'를 만들어 간다. 오마이뉴스는 별도의 출판물없이 하루 두 번 업데 이트 되는 인터넷 뉴스로 모든 발언을 대신한다. 그 위력은 짧은 기간에도 몇차 례나 보여졌다. 예를 들어 총선시민연대의 지방 버스투어를 동승취재하면서 시 간별로 투어현황을 보도한 것이나, 지난 3월 30일 청년진보당이 조선일보 앞 유 세도중 경찰에 후보자 20여명이 폭력연행당한 상황을 잡아낸 것은 인터넷 언론 만의 특종에 해당한다. 나아가 오마이뉴스는 광범한 뉴스연대를 통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보수연합을 능가하는 언론권력을 만드는 것까지 꿈꾸 고 있다.

기성 언론권력에대한 야유와 풍자로는 이미 너무도 유명해진 딴지일보 (http://ddanji.netsgo.com/)만한 것이 없다. 김어준이라는 걸출한 '총수'가 일상의 권태를 참지못해 인터넷에서 벌인 개인사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인터넷신문 으로 성장한 사례이다. 딴지일보역시 수많은 전국의, 심지어 세계의 기자단이 작 성하는 기상천외한 기사들로 구성된다. 김어준 총수는 차라리 한두해 뒤에 '좃선 일보'를 인수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이러한 것들은 인터넷신문, 즉 기존의 신문이나 잡지를 어느정도 대체 또는 보 완하는 대안미디어의 사례들이지만, 인터넷 미디어의 포맷은 이보다 훨씬 다양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주목받는 인터넷방송이다. 현재 국내에서 방송 컨텐츠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정기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는 사이트는 대략 2 백여개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국의 인터넷 방송들을 대개 소규모의 취미동아리 형태이며,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쇼핑몰을 겸하거나 상업 통신망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아직 대안 미디어 또는 미디어운동으로서의 시도는 취약 한 편이다. 또 차별적 소통, 배급 방식에 대한 고려와 실험은 미비하며 여전히 일방적 전달 중심이다.

이는 국내의 상황이 먼저 독립방송국 또는 미디어운동 집단이 다수 존재하다고 이것이 인터넷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상업적 고려로 방 송을 채택하는 업체들이 다수인 탓이 크다. 외국의 몇가지 사례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예를 들어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에 소재한 노동자 TV(http://www.workingtv.com)처럼 지역 케이블 방송국이 인터넷 채널로 확장 된 사례나, 미국에 근거를 둔 프리스피치TV(http://www.freespeech.org)의 경우 를 보면 60-70년대부터 활발했던 기존의 미디어운동 인력과 자원이 있었기에, 이들이 인터넷에서 적절히 재구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로서 인터넷의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사회운동에서도 이를 활 용하고자 하는 사례가 적지않게 생겨났다. 1996-7년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노동 법개악 반대 파업투쟁 과정에서 진행된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은 노동자투 쟁의 국제적 연대의 한 전범으로 꼽히게 되었다. 1997년 11월에는 서울 국제노 동미디어 행사가 20여개국의 참여로 개최되어 국내 최초로 사회운동 진영에서 인터넷 오디오 생중계방송이 시도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참세상방송국"(http://cast.jinbo.net)을 비롯 "노동의 소 리"(http://nodong.com),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대안"(http://www.daean.org) 등 소수의 진보적 인터넷방송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이제는 이벤트성 보여주기 수준을 넘어, 사회운동의 유용한 보조수단으로서의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전국적/항상적 접근성, 검열로부터의 자유로움, 경제 성, 참여의 용이성, 미디어 융합 등의 측면을 고려한다면 더욱 적극적인 실험이 요구된다.

한편 올해 5월 1일은 국제적 노동 인터넷방송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레이버네트'와 한국 활동가들이 각국 노동절의 역사, 노 동절 당일의 투쟁상황을 동영상으로 동시다발 중계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터넷방송의 등장은 대안-대항 미디어 운동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 을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 이제까지 대안 혹은 대항미디어는 역사 속에서 끊임 없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지만, 가장 큰 재정적 곤란과 함께, 제도적 한계와 사회운동의 부침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미디 어는 개인만의 표현작업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미디어 운동적 지향을 가진 작업 의 재활성화를 함께 가능성한다. 결국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 만,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적어도 기존의 여러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자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또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정도에 따라 앞으로 대안 미디어 운동의 활로도 열릴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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