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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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자본의 정보화'에는 국제연대로 저항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


(편집자 주) 이 글은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프라인 소식지 [NETWORKER]에 실린 글이다. 포항제철이 저작권을 들먹이며 안티포스코 운동을 방해하려 했던 시도는 이제 국제적인 규탄대상이 되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리차드 스톨만도 그의 강연 중 이 사례를 언급하며 포항제철을 비난했으며 직접 미러 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사실 인터넷은 바로 그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특성 때문에 통제와 감시에 매우 취약하다.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미국 국가안전국(NSA)의 '에셜론'은 "인터넷·팩스·국제전화를 24시간 도·감청"하고 있다는데 특히 인터넷에 대해서는 90%의 감청률을 자랑(?)한다고 전해진다. NSA라는 주인공까지 맞아떨어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따로 없다. 드디어 빅브라더가 재현하시었나? 그러나 조지 오웰 할아버지가 간과한 것은 '저항'이다. 인터넷이 그들의 입맛대로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로 쓰일지라도, 우리의 부단한 저항은 그들의 기술과 그들의 의도에 균열을 낸다. 인터넷을 무기로 삼는 온라인 행동이야말로 이 가상 공간을 비로소 의미 있는 현실로 만드는 동력이다. 특히 아래 두 사례는 국경을 넘어선 연대로 인터넷 통제에 맞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의 네트워크 운동단체 [노도50]은 고문반대연합(ACT)의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http://www.nodo50.org/actortura) 여기에는 ACT가 10년 넘게 수집한 고발, 진단서, 재판 기록, 증언, 사진 등 방대한 자료가 올라갔으며 고문 혐의로 기소된 경찰·간수들의 명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고문 공무원들'은 자국 재판정에서 이미 유죄 혹은 무죄 판결을 받은 뒤였지만 이 사이트로 말미암아 다시 전세계 앞에 고발당한 셈이다. 그러나 ACT 사이트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지난 3월 스페인 정보보호국으로부터 "폐쇄될 것"이라고 경고받는다. 그러자 [노도50]은 자신들이 속해있던 국제진보통신연합(APC)의 활동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만국의 활동가여 단결하라! 곧 전세계로부터 국경을 초월한 연대가 쏟아졌고 캐나다, 스페인, 미국, 체코, 에콰도르, 영국 등 세계 곳곳에 이 문제의 사이트를 복제한 '미러사이트'(mirror site)들이 생겨났다. 스페인 정보보호국으로 수많은 항의 메시지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다.

똑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3일 포항제철은 포항제철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http://anti posco.nodong.net)가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을 모방한 …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며 서울지법에 도안사용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낸 것이다. 그리고 4월 17일 서울지방법원 민사신청55단독 이선희 판사는 "피신청인은 포스코 로고와 포스코 빌딩 배경화면 등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사건이 명백한 검열이며 거대 기업의 횡포라고 규정하였다. 저작권이라는 합법적인 탈을 쓴.

포철아, 고맙데이!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번 사건이 오히려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에 대한 톡톡한 홍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러 안티 홈페이지들이 안티포스코의 싸움에 대한 연대 의사를 보내왔다. 많은 이들이 포철의 제소 덕분에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투쟁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포철아, 고맙데이!"

게다가 국제진보통신연합을 비롯하여 이 소식을 접한 국제 노동·정보 활동가들은 국내 저작권에서 문제된 도안을 그대로 유지한 미러 사이트를 전세계에 구축하기 시작했다(6월 현재 영국, 일본, 스페인, 독일, 캐나다, 미국, 호주 등 현재 8개국에서 10개의 미러 사이트가 운영 중이다). 이들은 또한 메일링리스트를 이용한 국제 법률 자문인단을 구성하고 이 사안을 다루겠다고 알려왔는가 하면, 독일의 홀거 하이데 교수를 비롯한 세계의 진보적 인사들이 연대의 글을 남겼다.

가처분 결정으로 지금 안티포스코 홈페이지는 문제의 도안이 짓밟히고 찢겨져나간 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으로 국제연대와 온라인 행동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우리의 공간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싸움이 계속되어야 함을 알았다. 이 싸움을 승리로 끝내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연대가 필수적이다. 이 연대가 다른 나라의 억압과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내에도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구축한 [노도50]의 미러사이트가 있다. "연대하라!" (http://english.jinbo.net/actort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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