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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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오디오, 비디오, 인터넷,
그리고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


이혁 (정보연대 SING)


구할 수 없는 앨범… 소리바다에서…

몇 달 전부터 음반 가게만 보면 들어가서 "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나 '공무도하가' 앨범 있어요"하고 물어봤다. 그러나, 대답은 "없어요.", "음반사가 망해서 구하기 힘들꺼예요." 였다. 몇 년전에는 웹사이트를 서치하면 많은 MP3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사이트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상은', 'MP3', 'Warez' 등의 단어로 웹사이트를 서치했으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MP3 파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이상은'으로 서치했다. 소리바다는 냅스터(http://www.napster.com)와 비슷하게 사용자들끼리 서로의 하드 디스크안에 있는 MP3 파일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이다. 소리바다로 '이상은'을 서치한 결과 200 개가 넘는 MP3 파일을 볼 수 있었고, 이상은 팬클럽 웹사이트의 앨범 정보를 참고로 정리하는 약간의 수고로 59개의 MP3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각 앨범별로 가사와 함께 정리하여 이상은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이렇게 구한 MP3 파일을 듣고 있다).

오디오, 비디오, … 그리고, 인터넷과 저작권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오디오/비디오도 네트워크와 결합되기 시작했다. MP3의 대중화로 고음질(CD 음질)의 음악을 자유롭게 편집하고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대중화는 기존의 대중 매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위협처럼 느껴지게 되었고,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CD 음질의 음악 파일을 인터넷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면 극소수의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음악 CD를 사지 않을 것이다).

먼저 1998년 워크맨처럼 MP3 파일을 재생하는 리오 MP3 플레이어를 판매하던 다이아몬드사는 미국 음반 산업 협회(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 줄여서 RIAA)에 의해 고소를 당했다. 고소의 이유는 MP3 플래이어가 디지털 녹음장비로 복제 방지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이 사건은 법원의 판결전에 다이아몬드사와 RIAA의 합의로 종결되었다). 다음으로 1999년 RIAA는 앞에서 설명한 사용자에게 MP3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냅스터사를 고소했다. 냅스터 서비스의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는 어떤 내용도 냅스터사가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사용자들끼리 이런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냅스터 사건의 경우, 단지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회사에 책임이 있는 가하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은 '커뮤니티를 통한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 책임이 ISP나 PC 통신 회사에도 있는 가'하는 문제와 유사하다(한국에서도 이런 문제로 나우누리와 소프트웨어 업체 사이에 소송이 진행된 적이 있다). 다만, 냅스터의 경우,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는 전혀 저작권을 침해하는데이터가 있지 않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RIAA는 냅스터를 통해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음악 파일을 주고 받은 사용자의 사용정지를 요구했고, 냅스터가 그 요구를 받아들어 해당 사용자의 ID를 삭제하여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MP3.COM에서는 my.MP3.COM 서비스로 음악 CD를 컴퓨터에 넣어서 등록하거나 MP3.COM에서 음악 CD를 주문하면, 그 음악 CD는 인터넷으로 언제나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고소를 당했다(MP3.com에서는 약 4만 4천장의 CD-ROM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두고 있다). 하나의 음악 CD를 사서 my.MP3.com에 등록한 후에 친구에게 선물을 하면, 결과적으로 2명이 그 음악 CD를 들을 수 있다. 더욱이 복제판 음악 CD와 원본 음악 CD를 구별할 방법이 없으므로 MP3.COM 서비스를 사용하여 불법 사용자도 등록만 하면, 항상 네트워크를 통해서 음악 파일을 전송받아서 들을 수 있다.

이외에도 1999년 말 리얼오디오사가 사용자들의 음악 청취 경향을 몰래 모으다가 고소를 당했고, 미국의 몇몇 대학생들이 MP3 파일의 전송으로 기소되었다. 오디오뿐만 아니라 비디오에서도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다. DVD의 암호화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16세의 소년이 체포되었으며, 한 캐나다의 중계 방송사가 인터넷 방송을 하다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되었다(인터넷 방송은 캐나다인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캐나다 안에서 방송권만 가진 업체가 인터넷 방송을 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할까?

냅스터사는 신인 가수나 밴드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하기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MP3.COM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음반을 구입한 사용자들에게 그 전에 듣기위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DVD 암호화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의 경우, 공개 운영체제에서 DVD를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한 용도이지 DVD를 불법 복제하기위한 용도가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매체가 탄생된 후에야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다. 지금 인터넷 오디오와 비디오와 관련된 이슈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힘겨루기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사회적 합의는 어떤 모습일까? 신인가수나 밴드들은 냅스터나 소리바다와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여 자신이 만든 음악을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어야한다. 음반 구입자들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제공하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 리눅스 사용자도 DVD 타이틀을 볼 수 있어야한다. 음반 구입자는 자신이 구입한 음악 CD로 MP3 파일로 만들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MP3 등 디지털 오디오/비디오를 두고 벌어진 논쟁에서 "저작권을 이유로 정당한 권리자들의 공정한 사용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은 지켜졌으면 한다. 불법적인 사용을 이유로 전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변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 글의 시작에서 이상은의 음악을 음반으로 구하지 못해서 소리바다를 통해서 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솔직히 말하면, 음반으로 구할 수 있는 음악까지 MP3로 받아서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MP3가 음반 판매를 줄어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반을 홍보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음반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들의 파이가 너무 큰 것 아니냐…? 큰 손해가 되지 않는다'… 의 복제를 두고싼 힘겨루기에서 앞의 논리로 MP3의 자유로운 유통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MP3 등 오디오/비디오의 인터넷 유통 문제를 주제로 몇몇 분들과의 대화를 한적이 있다. 이러한 대화는 "체제를 인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그 분들과의 대화속에서 내가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도 들었다. 내가 처한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나의 생각이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전같으면, 쉽게 자유로운 유통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계속 이 칼럼을 통해서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내가 변하고 있다면 왜 어떻게 변하는 지, 그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의 답변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딴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음반사가 망했다는 이유로 한 예술가의 작품이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예술가에게나 사회 전체에게나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 이런 경우, 무척 좋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음반 판매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음악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저자 사후 60년'이란 보호기간은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든다.

PS. 누가 이상은 씨의 계좌번호를 알고 있나요?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즐겨 듣고 있는 데,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불필요한 가치 증식과 자원 낭비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 만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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