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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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시민운동 활성화를 위한 도서관 이용법


이혜연 (도서관운동연구회)


그 동안 80년 민주화운동과 90년대 들어 시민운동은 많은 성장을 했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치권·교육계가 일반인에게 요구하는 생각은 거대언론의 입을 빌려 시민들에게 전해졌다. 색깔논쟁까지 가지 않아도 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가 아닌가.

정권이 바뀌고 언론이 시민운동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거대 시민단체 몇몇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공동체 사회를 모색하면서 일상의 잔잔함을 일구어 가는 평범한 이야기는 아직 언론의 기삿거리가 아니고, 더구나 성공한 쿠데타가 아니기에 주목을 받기 힘들다.

80년대 학생운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감,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에 대항하는 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 여성주의적 사고에 대한 폄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에 잠재되어 있다. 주입식교육과 출세만능주의에 빠져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의 묘미를 잊고 사는 곳이 바로 한국이 아닌가.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려면 기부문화를 정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개성에 근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 사회공동체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갖는 것. 간단하게 말하면 대량으로 쏟아지는 대중매체의 정보에 대한 비판력을 갖는 것이 시민사회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객관적인 자기 판단을 한다는 것은 쉽게 느껴지지만, 사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반화된 패턴은 아니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가와 언론, 자본이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시민여론이 독립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면 시민운동에서 느끼는 사람과 돈의 문제는 많은 부분 해결될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의 자기개발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도서관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행정가는 물론 시민운동가들조차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도서관은 '민중의 대학', '사상의 광장'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다하도록 사회구성원 각 집단의 관심과 적극적인 이용이 늘어났으면 한다.

혹자는 도서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의 내용이 편협하고 보수적이어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을 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공무원식 자료선정으로 도서관 장서를 채워 넣다 보니 역대 정권의 정치적 성향을 옹호하는 책들을 주로 수집을 했고, 금서목록 및 열람제한목록 등 각종 목록의 입김을 그대로 도서관 장서에 적용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알고자 하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제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도서관의 장서가 모두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이후 자료선정에 이용자들의 희망도서 신청을 반영하고 느슨해진 자료에 대한 통제로 인해 조금씩이나마 도서관 장서가 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일반 시민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접근가능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지만, 디지털이든 인쇄매체이든 일반 시민에게 배포하는 통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도서관을 활용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희망도서 신청제를 적극 활용해 도서관 장서가 갖고 있는 편협성과 특정한 정치적 경향에 대한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로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다. 이런 단체들이 제작하는 수많은 자료들을 정독도서관이나 종로도서관에 비치할 수 있거나 독자적인 알림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면, 원래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잠재적 후원자 말고 더 넓은 의미의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서관장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에서 말한 시민들의 자기교육을 위한 공공 교육자원으로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건물로서의 도서관은 필요 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요즘 나타나는 현상은 이와 조금 다르다. 학부모들의 학력이 높아진 영향으로 어린이도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각 도서관마다 어린이실은 이용자의 수가 현 여건에 비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고, 매체의 다양성은 도서관이 수집하는 매체의 변화를 가져올 뿐 사회적 역할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공공자원 확충, 더구나 지식과 정보·교육·문화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개개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개성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기본 양식으로 작용한다고 할 때 어떤 사회기반시설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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