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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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허위 주민증번호 사용 엄벌 방침에 대하여



임건묵 (평화마을 Peacenet)

행정자치부는 13일 주민등록번호 생성프로그램을 이용한 각종 범죄를 막기위해 생성프로그램을 사이버공간에 유통시키거나 이를 이용해 가상인물의 주민등록번호를 뽑아내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주민등록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조선일보 8/13)

한마디로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하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위한 개인의 최소한의 노력조차 범죄로 보고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것은 이 나라 관료들의 인권의식의 현 수준을 말해 주는 망발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 외국 사이트에는 어디에도 없는 없는, 그러나 국내의 수많은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것이 주민등록번호이다. 성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필요에 따라 이루이지는 입력이 아니라, 아주 불분명한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어디에 쓰일까? 개인 정보의 수집, 그리고 그 정보의 다른 쪽으로의 전용이 감추어진 의도가 아니라면, 왜 그런 정보를 요구하는 것일까?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주민등록번호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각 개인에게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매개로 다른 정보들이 종합될 수 있다. 이름만 알았는데, 주민번호를 통해서 주소를 알게되고, 이메일주소를 수집하고, 카드나 통장 번호도 알게 되고, 직업을 알게되고, 생활 수준을 알게 되고, 관심사도 알게 되고, 그 개인의 약점도 알게되고......그리고 이렇게 개인정보가 공공연히 상업적으로나, 혹은 범죄 집단에 알려졌을 경우 그에 따라 그 개인들이 감수해야 할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행자부는 지금도 ARS서비스를 통해 주민 번호의 진위여부를 감정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성인 사이트들이 성인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는 신용카드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트가 신용카드 번호를 요구하는 한, 이용자가 위조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것을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업체들이 개인 정보의 수집을 목적으로 주민등록 번호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가짜 번호를 사용하고 싶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법이 보호해 주지 않는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보호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법이 만들어질 경우 누가 처벌을 받을 것인가? 미성년자의 불법적인 사이트 이용의 경우, 그 책임은 보호자인 부모에게 있을 것이다. 위조된 번호를 사용한 사람이 성인인 경우, 그는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업체의 개인 정보 수집 욕구를 체워 주지 않은 것이 괘씸해서? 도대체 이법이 만들어져야 하는 목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인터넷의 익명성은 실명으로 참여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실명은 신뢰를 강화시키지만 익명은 자유를 증진시키는 또 다른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호될 가치가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이용자의 자유를 증진시키는데 역행하는 이런 시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N E T W O R K E R No CopyRight, Just Copy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