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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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가 2000년 대한민국의 중요한 화두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가 정신이 팔려 있는 '벤처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에게 정보화란 그저 경쟁력의 하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화에 대한 목소리들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목소리들이 만나고 토론될 수 있기를 바라며 'Hack! Cyber' 칼럼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회운동 각계에서 정보화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해 온 분들, 각 지역의 정보통신활동가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과 네티즌들이 서로 어우러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게재를 원하시는 분은 글을 써서 운영자에게 보내주십시오. 검토후 실어 드리겠습니다.
* 일부 칼럼들은 인터넷 한겨레와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ICANN 2000 연례회의



전응휘 (평화마을 Peacenet 사무처장)

ICANN의 금년도 연례회의는 ICANN 설립이래의 숙원이던 신규최상위도메인을 선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ICANN 자체나 ICANN이 수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숱한 시시비비와 정당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과를 계기로 ICANN은 작년에 일반최상위도메인에 대한 도메인분쟁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데에 이어 7개의 신규최상위도메인을 생성하는 데에 합의하는 결과에 도달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사이버공간의 질서를 규율하는 힘과 권위의 실체임을 입증하는 데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애초에 이번 연례회의가 신규최상위도메인에 관한 논의가 지배적인 회의가 되리라는 것은 회의가 공지된 초기부터 예상되던 바였다. 이번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도메인네임 지원그룹(Domain Name Support Organization)의 각 구성단위(Constituency)들도 자신들의 관심과 이해관계에 따라 신규최상위 도메인이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데 대하여 거의 대부분 입장을 발표하였으며 회의 현장에 와서까지도 이같은 각 구성단위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이사회를 비롯한 의사결정구조에 전달하는 데에 여러가지로 노력하는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회의에 도착하기 전에 막연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회의가 공식으로 열리자 마자 이번 회의의 이사회 때 신규최상위도메인과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나돌기 시작하자 각 구성단위들의 회의분위기는 아연 긴장된 분위기를 띄어 갔다. 특히 이번부터 새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는 일반선출이사(At Large Director)들은 이같은 결정이 자신들이 중요한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는 처사라고 하여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회의에 참석한 44개의 신규최상위도메인 신청업체들이 회의장 곳곳에서 자신들의 업체에 대한 홍보활동을 벌이는 탓에 회의 전반이 신규최상위도메인 신청업체들의 홍보장처럼 되어버려 이에 대한 관심 이외의 사안을 거론하는 것부터가 사실 쉽지않은 분위기였다.

사실은 신규최상위도메인에 대한 사무국의 보고부터가 ICANN의 공식일정을 어기고 회의시작 전날에야 공지된 탓에 도메인네임 지원그룹들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준비할 시간조차 갖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신규최상위도메인에 대한 보고서도 그러했지만 일반회원선거제도에 대한 연구위원회 구성안에 대한 사무국의 제안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이같은 보고서들이 공시된 사실을 알게 된 형편이어서 이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을 모두 차후로 미룰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회의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신규최상위도메인에 대한 논란과 함께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현재 일반최상위도메인의 분쟁해결정책으로 합의된 도메인분쟁조정정책(UDRP)을 신규최상위도메인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하여 대부분의 도메인네임 지원그룹내의 구성단위들은 UDRP를 신규최상위도메인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비영리단체들은 UDRP를 신규최상위도메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없으며 UDRP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기 위한 UDRP 재검토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폈다. 비영리단체들은 UDRP에 대한 문제제기 외에도 신규최상위도메인 신청업체중에서 도메인등록정책에 사전등록(Sunrise)을 제시하고 있는 업체는 한 업체도 선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까지 천명하기도 했다.

도메인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론자들의 움직임은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회의장 도처에서 도메인소유 규제를 위한 주장을 드러냈다. 국가별 최상위도메인 관리자회의에서는 LDRP에 대한 논의부분에서 각국의 도메인분쟁에서 UDRP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뻔 했으나 중심적인 논제로 제기되지는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도메인분쟁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측의 준비와 대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임협의회(Names Council) 회의에서도 지적재산권그룹의 제안으로 WIPO의 인터넷도메인 제2차 프로세스에 대한 제안에 대한 결의가 이루어질 뻔 했으나 한국의 박윤정씨가 WIPO쪽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자는 의견을 제출하여 마이애미 법대의 마이클 프룸킨교수가 WIPO의 제안을 ICANN이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설득력있게 주장함으로써 컨센서스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회의 마지막날 GAC보고에서는 ICANN이 선정하는 신규최상위도메인의 도메인등록정책에서 WIPO의 제2차 도메인네임에 관한 제안에 따른 정책을 참조할 것을 권유함으로써 이 문제가 얼마만큼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중심적인 관심사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ICANN이 미상무성과의 양해각서에서 약속한 과제중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각국가별 최상위도메인 관리자들과의 계약체결문제이다. 이번 회의중에 있었던 각국 최상위도메인 관리자들과 ICANN/IANA와의 대화시간은 그런 점에서 ICANN사무국과 각국가별 최상위도메인관리자들간의 의견차이와 이견을 해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ICANN사무국은 향후 협약을 진전시키기 위해 각국가별 최상위도메인관리자들이 의견을 제시해 달라는 개방적 입장을 취했으나 ICANN 사무국은 동시에 각국 정부의 입장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입장에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하여 각국가별 최상위도메인관리자들은 ICANN사무국이 계약체결과 관련하여 각국 정부의 입장을 지나치게 의식함으로써 산업분야의 자율규제인 ICANN의 본래취지를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각국가별 최상위도메인관리자와 각국가별 인터넷공동체의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ICANN이 본래의 존재이유와 목적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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